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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의 역사

국민MC 유재석이 SNS 안하는 이유

“내가 어디서 훈련하는 지 알지? 기다릴테니 당장 뛰어와. 내가 10초 안에 기절시켜줄게.”
2011년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 스타 웨인 루니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라이벌인 리버풀의 축구팬이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비난글을 달자 맞대응 끝에 그만 폭발해버린 것이다. 루니는 “농담이었다”고 진화했지만 전세계로 퍼진 뒤였다.

그러자 당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나서 루니를 꾸짖었다. “그것(SNS) 아니라도 인생에서 할 일이 태산같아. 차라리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 퍼거슨 감독의 다음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I’m serious. What a waste of time”
‘진심인데, SNS는 정말 시간 낭비야’로 해석될 이 말은 국내에서 ‘인생의 낭비’로 의역되면서 디지털 시대 최고의 명언 반열에 올랐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웨인 루니에게 '트위터는 시간 낭비'라고 꾸짖었다는 내용을 실은 영국 텔레그래프.

물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유명인들이 유권자 혹은 팬들과 직접 소통을 나누는 ‘1인 미디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받는 유명인의 SNS는 절대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된다. 그러니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도 주워 담을 수 없다. 어렵게 쌓은 부와 명예가 와르르 무너진다.

저스틴 비버는 2014년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비호감’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냥 기도하는 장소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때는 늦었다.

축구 대표팀의 기성용 선수는 2013년 월드컵 예선 때 당시 대표팀 감독을 겨냥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비밀계정의 글이었는데도 야단맞은 것이다. 실력으로 여론의 질타를 극복하기까지 그가 느꼈을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팀이 0-6으로 대패한 다음 날 철없이 고급승용차 사진을 올리거나(애스턴 빌라의 졸리온 레스콧), 라이벌 회사의 승용차를 자랑한(볼프스부르크의 니콜라스 벤트너) 해외축구 선수들도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경기 도중 무심코 ‘좋아요’를 누른 메이저리그 선수(보스턴 레드삭스의 파블로 산도발)도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최근 ‘응답하라 1988’로 급부상한 배우 류준열씨의 ‘일베(일간베스트)논란’이 인터넷 공간을 달구고 있다. 4개월 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인인 ‘두부 외상’을 연상케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함께 올린게 화근이었다. 본인은 절대 아니라면서 부인하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논쟁이 된 것 자체가 혹독한 유명세라 할 수 있다.
퍼거슨의 금언에 필적할 동양의 고사성어도 있다. 예를 들어 희대의 폭군인 조선조 연산군은 환관들에게 살벌한 내용의 패를 차도록 명했다. 패에는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舌是斬身刀)’는 경고가 새겨져 있었다. 죽고싶지 않으면 입조심하라는 뜻이다.

섬뜩한 이야기인데 이 말은 5대10국이라는 혼란기를 살았던 풍도(882~954)가 말조심하라는 뜻에서 남긴 시의 구절이다.
또하나, SNS를 한글 자판으로 쳐보라. 신기하게도 ‘눈’이 된다. SNS라는 것은 즉 여러 사람의 눈이 감시하는 ‘1인 미디어’란 말도 되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둥둥 떠다니는 입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국민MC 유재석씨가 SNS를 안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경향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