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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국에서 인공태양이 떴다

태양 같은 별의 중심은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자유로운 기체) 상태로 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뿜는다.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설치한 핵융합 실험로 내부의 진공용기에서 플라스마가 발생하고 있다.|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태양은 핵융합 반응으로 태양계 전체를 먹여 살리는 빛과 에너지를 발산한다.

 

1초간 태양이 발산하는 에너지 양은 지구상의 모든 발전용량보다 1조배나 많다. 왜 진작 지구상에 태양 같은 에너지원을 만들 생각을 못했을까.

이것이 세계 각국이 태양의 매커니즘을 활용한 핵융합발전, 이른바 ‘인공태양’ 연구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인공태양은 꿈의 에너지원이다. 바닷물 속에 풍부한 수소를 원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이 고갈될 염려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수소 1g이 석유 8t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얼마나 유용한 자원인가.

무엇보다 원자력 에너지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친환경적이다. 왜냐. ‘핵분열’로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발전의 원료는 위험천만한 우라늄이다.

 

원자력발전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방사성폐기물)의 반감기가 10만년 이상이다. 핵원료인 우라늄은 사용후에도 계속 방사선을 뿜어 주변을 치명적으로 오염시킨다.

 

인공태양의 구조 원리. 용기 안에 연료(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주입한 후 플라즈마 상태로 가열하고, 자기력선 그물망을 이용해 플라즈마를 가둔다. 플라즈마를 1억도 이상 가열해서 핵융합반응을 일으킨다.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되어 증기를 가열하고 터빈을 돌려 대용량의 전기를 생산한다.|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또한 지진이나 폭발 같은 돌발상황이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는 참사가 이어질 수 있다. 인공태양은 다르다.

원자로 내부에 원료(우라늄)을 미리 채워놓고 가동하는 원자력 발전과 같을 수 없다.

 

왜냐. 원료가 바닷물에서 뽑은 수소와 중수소, 그리고 삼중수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태양의 원료 중 삼중수소가 방사능을 뿜는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의 0.04%에 불과한데다 반감기도 10년 정도에 불과하다.

설혹 문제가 생겨 스위치를 내리면 연료공급이 끊어진다. 원자력 발전처럼 우라늄 같은 골치아픈 존재가 내부에 없기 때문이다.

 

설혹 핵융합로 내부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괜찮다. 내부에서 진공상태로 있는 수소에너지가 모두 빛으로 변하면서 열을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처럼 원전내부 온도가 올라가 폭발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없다.

하지만 인공태양을 제대로 가동하기 위한 핵심조건이 있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1억도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럭비공처럼 멋대로 튀는 1억도의 플라즈마를 세계최장기록은 70초 동안 자기장 안에 가둬놓고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의 기록(60초)을 10초 앞당겼는데, 300초 유지가 목표라 한다.

 

왜 300초냐. 인공태양의 상용화에 필요한 갖가지 실험을 할 수 있는 ‘꿈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인공태양’이 뜨는 아침을 기대해본다.

 

3면이 바다여서 수소를 마음껏 확보할 수 있으니 이 또한 크나큰 홍복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