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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수첩

독도새우가 잉어를 잡았다

‘…독도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 돌솥밥 반상….’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청와대 국빈 만찬을 두고 일본이 발끈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초대되어 트럼프 대통령과 포옹을 나눴고, 만찬메뉴에 ‘독도새우’ 이름이 떡하니 포함되었으니 그럴만 했다.

특히 일본 언론이 만찬장 메뉴에 오른 새우를 ‘다케시마 새우(竹島エビ)’가 아닌 ‘독도새우(獨島エビ)’라

지칭한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하고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본으로서는 창졸간에 맞은 원투펀치다. 사실 독도새우라는 고유명칭은 없다.

다만 한국측 어민들이 울릉도·독도 등 동해안에서 잡히는 도화새우와 닭새우(가시배새우), 꽃새우(물렁가시붉은새우) 등 3종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독도새우’라 이름 붙였다.

한국국립수산자원연구센터 김정년 박사에 따르면 이 독도새우 3종세트는 동해바다 150~600m 깊이에서 서식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도화새우와 꽃새우는 처음엔 수컷이었다가 나중에 암컷으로 성전환하는 특이체질이다.

몸집이 크고, 색깔이 화려하며, 심해에서 자라기 때문에 육질이 찰지고 지방성분이 많다.

이중 트럼프 국빈만찬에 등장한 독도새우는 ‘도화새우’이다.

복숭아 꽃처럼 예쁜 색을 지녔다해서 도화(桃花)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얻었다. 독도새우 3종세트 중에서도 독도 인근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것은 머리에 닭벼슬 같은 가시가 돋아있는 닭새우이다.

그런데 이 ‘독도새우류’는 독도 인근에서만 잡히는 갑각류가 아니다. 3종류 모두 일본과 알래스카, 베링해, 오호츠크 해역에서도 잡힌다. 바다에 무슨 국경선이 있겠는가.

특히나 꽃새우의 정식명칭은 일본어인 ‘모로토게아카에비(モロトゲアカエビ)’이다. 이것을 우리말로 그대로 번역한 것이 ‘물렁가시붉은새우’이다. 영어 이름도 ‘모로토케 새우(Morotoge shrimp)’이다.
그런데 일본 언론이 일본해역에서도 잡을 수 있는 도화새우와 닭새우, 어엿한 일본이름을 지닌 꽃새우 등을 ‘독도새우’라는 이름으로 표기한 꼴이 되었다.

덕분에 ‘독도새우’는 국제사회에서 유명세를 탔다. 일본의 자승자박이다.

마침 새우에 관한 속담이 두개가 떠오른다.

일본이 ‘새우 벼락맞는 이야기를 한다’(과거 일을 들추어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지만, 한국으로서는 ‘새우로 잉어를 잡은(적은 밑천으로 큰 이득을 얻은)’ 꼴이 됐다. 경향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