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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만년전의 세계 제주 고산리(下) 제주 고산리 | 이기환 선임기자 lkh@ky ㆍ1만년전 땅을 밟고 내려와 온난화의 바다에 갇히다 1만1000~1만년 전 제주로 내려온 사람들이 있었다. 후기 구석기 최말기(세형돌날문화)~신석기 여명기(고토기문화)를 산 경계인들이었다. 출발지는? 고산리 신석기 유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창화(제주문화예술재단)는 지금의 아무르 강 유역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식물성 고토기의 모양이 아무르강 유역의 그것과 매우 흡사한 점을 꼽는다. 그들은 어떻게 이 머나먼 제주 땅까지 왔을까. ■ 육지였던 황해 “일단은 1만년 전의 기후나 지형을 한 번 살펴봐야겠지.”(조유전 토지박물관장) “예, 그런 의미에서 당대의 기후와 해수면의 변화를 연구해봤습니다.”(강창화) 박용안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린 최종 빙하기의 해안선과 강..
(5) 1만년전의 세계 제주 고산리(上) 제주 고산리 | 이기환 선임기자 lkh@ky ㆍ구석기와 신석기의 경계를 풍미한 맥가이버들 1987년 5월 어느 날. 제주도 서쪽 끝 마을인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 흙을 갈고 있던 마을주민 좌정인(左禎仁)씨가 돌 두 점을 주웠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뭔고?” 고구마처럼 생긴 돌이었는데, 예사롭지 않았다. 좌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돌 두 점을 집으로 가져갔다. “(윤)덕중아, 이 돌들이 이상하게 생겼는데 한번 봐라.” 마을엔 제주대 사학과에 다니던 윤덕중이란 학생이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 이 심상치 않은 돌을 보여준 것이다. 윤덕중 학생은 이 돌 두 점을 다시 스승인 이청규 제주대 교수(현 영남대)에게 보여주었다. 이 교수는 곧 돌을 수습한 현장에서 지표조사를 벌였다. ■농부가 찾은 1만년 전..
문화재청의 ‘이상한 마인드’ “담당자가 좀 오버한 것 같습니다.” 송인범 문화재청 차장은 15일 문화재청이 서울 태릉사격장에 조성된 88서울올림픽 기념 조형물에까지 사격장 철거를 알리는 현수막을 거느라 콘크리트 못을 박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렇게 코멘트 했다. “지혜롭지 못한 대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담당자의 단순 실수일까. 기자는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문화재청 직원들의 기본 마인드를 지적해두고 싶다. 우선 태릉사격장만 해도 그렇다. 40개 조선왕릉 전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눈 앞에 두고 있고, 오는 9월 실사단이 방한하기 때문에 태릉사격장을 철거해야 한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태릉사격장이 지니는 역사적인 의미는 한번이라도 따져 보았는지 묻고 싶다. 태릉사격장은 1978년 제42회 세계사격선수권..
(1) 전남 화순 대곡리 출토 청동예기 화순 대곡리 | 이기환 선임기자 ㆍ엿장수 안목 덕분에 고철 위기 벗어난 ‘국보’ 고고학자 조유전 토지박물관장(67)과 함께 한국사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절대적 사료의 부족에다 난개발까지 겹쳐 이리 찢기고 저리 찢긴 우리 역사의 편린이나마 복원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역사복원을 위해서는 공허한 주장보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고고학 조사에서 확보된 유물과 유적을 토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조사된 따끈따끈한 발굴 성과를 중심으로 하겠습니다. 또 하나, 경제 개발에 모든 가치를 두고 문화유산을 개발의 걸림돌로만 여기고 있는 요즘 문화유산을 발견하고 지킨, 이름 없고 빛도 없는 백성들의 이야기와 역사복원에 정열을 바친 고고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겠습니다. 여행을 이끌 조유전 관장은 모든 학설·학맥·인맥을 ..
허황후와 쌍어문 역사 가로지르기- 김병모 <허황옥 루트-인도에서 가야까지> ▲허황옥 루트-인도에서 가야까지…김병모 | 역사의아침 “선생님, 쌍어입니다.”(기자) “그래요. 드디어 50년 연구의 마침표를 찍게 되네요.”(김병모 교수) 지난 2월6일이었다. 이란 파사르가드 유적을 찾은 페르시아 문명 탐사단원들은 일제히 김병모 교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탐사단의 일원이었던 기자는 석양에 붉게 물든 김 교수의 감회 어린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파사르가드는 페르시아 아키메니드 왕조를 연 코로쉬왕(재위 BC 559~529년)때의 수도. 김 교수는 석조궁전 출입구에서 마침내 쌍어문 조각(彫刻)을 확인한 것이다. 1961년, 수로왕릉 대문에 그려진 물고기 한 쌍을 본 뒤 허황후와 쌍어문 연구에 평생을 바친 김 교수였다. 그 후 50년 가까이 인도·네팔·파키스탄·영국·독일·미국 등을 답사..
숭례문 두 번 죽인문화재청 ‘면피행정’ “바쁠 텐데 한마디만…. 그거(숭례문 화재 현장) 발굴작업 해야 한다고…. 기록, 사진으로 반드시 남겨야 합니다.” 숭례문 화재 기사마감 탓에 눈코 뜰 새 없던 지난 11일 오후 5시쯤, 해외 출장 중이던 어느 문화재 전문가가 기자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국제전화를 걸어왔다. BBC 등을 통해 방영된 숭례문 화재 소식을 보고 노파심에서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12일 문화재위원회는 사적·건축분과 합동회의를 열어 숭례문의 국보 유지를 결의하면서 “현장보존을 제대로 하고 절대 서두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웬일인가. 13일 숭례문 화재 현장. 화재로 훼손된 부자재가 급히 반출됐다. 그날 오후 배기동 한양대 교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부자재를) 쓰레기장으로 버리는 건 조상의 묘를 파헤치는 것과 ..
홍산문화 여신상은 고대종교 유적 2008 02/19ㅣ뉴스메이커 762호 ‘코리안 루트’ 1만km 대장정 동방의 신앙과 초기 문자, 한반도서 출토된 인물상도 여신 암시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공경하고 두려워한다. 이와 같은 경외사상은 곧 고대인의 종교였다. 고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 행사 중 하나가 제사다. 고대인의 제사 행위로는 조상에 대한 제사, 신에 대한 제사, 하늘에 대한 제사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것은 인간과 가장 밀접한 혈연관계를 맺고 있는 조상에 대한 제사다. 이것은 또한 인간이 갖는 예(禮) 중에서 가장 기본으로 조상숭배사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주검을 묻는 무덤을 종교의 장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예의 전초이기도 하다. 동방 최초의 여신상(작은사진은 복원모형)이 발견된 요녕성 건평현 코리안루트탐사취재단..
이영애가 이란에 못가는 이유 “오, 양금이(Janggumi)” 지난 7일, 자그로스 산맥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이란 이스파한의 이맘 광장. 일단의 이란 젊은이들이 한국여인들을 보고는 ‘양금이 양금이’를 외치며 사진 한번 찍자고 난리를 떤다. 이란 남성들이 한국여성을 ‘양금이’라고 부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양금이’는 2006년 10월 시작해서 지난해 11월20일 끝난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란에서는 ‘Jewel in the palace’의 제목으로 방영됐다)을 뜻한다. 종영된 지 석달 가까이 흘렀는데도 ‘양금이’ 열풍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란 국영 채널2에서 금요일 밤 8시45분부터 방영된 대장금은 시청률 85~90%에 이를 만큼 광풍에 휩싸였다. 양금이와 관련돼 별의별 이야기가 다 퍼졌다. 그 가운데 아주 그럴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