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 하늘에 갑자기 ‘세숫대야 같은(如盤)’ 둥글고 빛나는 것이 나타나…공중에서 온통 적색이 되어…하늘 가운데서 약간 북쪽으로 올라가니….”
1609년 9월25일(광해군 1년), 강원감사 이형욱은 딱 한 달 전(8월 25일) 강원도 일원에서 동시다발로 관측된 기이한 자연현상을 생생한 필치로 보고한다. “원주에서는 ‘붉은 색 베’(紅色如布)’, 강릉에서는 ‘큰 호리병(大壺)’, 춘천에서는 ‘큰 동이(大盆)’ 같은 물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형욱은 “천지가 진동하는 우레소리가 들렸지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고 경이로운 순간을 전했다.(<광해군일기>)
요즘이었다면 필시 ‘UFO(미확인비행물체)가 출현했다’고 기록했을 것이다. 최근 한류붐을 일으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400여 년 전의 이 실록 기록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됐다. 이 때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도민준)과 지구녀(천송이)와의 로맨스를 그렸다는 것이다.
사실 오래 전부터 외계인의 존재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들은 도처에서 발견됐다. 사하라 사막 타실리의 8000년 전 바위그림에는 우주비행사 헬밋을 쓴 인간 닮은 생명체가 등장한다. 기원전 322년 쯤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은 고대 도시 티레를 점령할 때 5개의 둥근 은빛 방패들이 도시상공을 둘러싸고 광선을 쏘아 성벽을 무너뜨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1947년 6월24일 미국의 실업가 케네스 아널드는 시속 2500㎞로 나는 9대의 비행물체를 발견했다.
“마치 접시가 수면 위로 튀며 스쳐 지나갔다”는 아널드의 표현으로 신조어 ‘비행접시(flying saucer)’가 탄생했다. 1947년 7월초 미국 뉴멕시코주 로즈웰에서 발견된 비행물체의 곁에는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시신 4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150㎝ 남짓한 키에, 눈동자 없는 커다란 눈, 팔다리가 매우 가는 시체들이었다. 40년이 지나서야 미 공군은 개발 중이던 정탐용 기구에 실린 실험용 인형들이라 해명했지만 의혹을 해소시키지 못했다.
심지어 훗날(1976년) 대통령이 되는 지미 카터마저도 1969년 10월 “나도 10분이나 UFO를 봤다”고 했다. 주지사(조지아)와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흰소리를 했을까. 마냥 거짓으로만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최근 러시아의 억만장자 유리 밀러가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하는 1억 달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프로젝트 제목이 ‘돌파구 듣기(Breakthrough Listen)’라 한다.
어딘가에 있을 외계인들에게 신호를 보낸다는데 아마도 어딘가에 존재할 외계인들과 신호의 돌파구를 연다는 뜻이리라. 다 좋은데 그렇게 찾은 외계인들이 온통 <별그대>의 ‘도민준’이면 지구 남자들은 대체 어쩌란 말인가. 경향신문 논설위원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8년 평양올림픽 (0) | 2015.08.02 |
---|---|
태릉선수촌도 문화재다 (0) | 2015.07.27 |
'행성X'를 찾아라 (0) | 2015.07.20 |
휴대폰 때문에 꿀벌이 멸종한다? (0) | 2015.07.20 |
5개의 태양과 동이족 신화 (0) | 2015.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