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평양올림픽은 어떨까.”
미국의 빅터 매서슨(Matheson) 홀리크로스대 교수가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뜬금없이 ‘평양 올림픽’ 이야기를 꺼냈다.
유치의 ‘유’자도 꺼내지 않은 평양을 거론한 까닭은 뭘까. 앞으로 부유한 선진국에서는 여론 때문에 더이상 올림픽을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매서슨의 주장이다. 유권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이 혈세를 펑펑 쓸 수 있는 독재국가의 홍보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평양은 어떠냐’는 냉소적인 농담을 던진 것이다.
매서슨은 최근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포기한 미국 보스턴을 예로 꼽았다. 3주간 세계최고의 운동선수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보다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결국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올라선다는 두려움이 훨씬 컸다는 얘기다.
요즘에는 올림픽의 모토가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가 아니라 ‘더 더 더 많은 돈’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2008베이징 하계올림픽에 400억 달러(47조원), 2014소치 동계올림픽에 510억 달러(약 60조원)가 각각 투입됐다. 두 도시의 공통점이 있다. 여론의 눈치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도시(나라)라는 것이다. 2022동계올림픽 유치전은 어땠나. 뭔헨(독일), 오슬로(노르웨이), 스톡홀름(스웨덴), 생모리츠/다보스(스위스) 등이 주민투표 등의 방식으로 유치신청을 줄줄이 철회했다. 결국 알마티(카자흐스탄)와 베이징(중국)만 남았다.
그래도 보스턴의 형편은 나은 편이었다. 돈들여 짓지 않아도 될 기존 경기장과 체육관이 12곳이나 있었다. 그런데도 예정 예산은 100억 달러에 달했다. 보스턴 시민들은 런던(영국) 같은 ‘민주적 도시’에서조차 2014 올림픽에서 계획예산의 3배가 넘는 144억 달러를 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번에 보스턴의 올림픽유치 철회를 이끈 것은 3명의 시민 트위터로 시작된 ‘풀뿌리 시민운동’이었다. 처음엔 ‘단 10명의 무리’라고 우습게 봤던 보스턴 시장도 유권자들의 거센 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경향신문 7월31일자)
새삼 거울을 비쳐보게 된다. 우리는 2018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앞만보고 내달리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2028년 부산하계올림픽까지 추진하고 있다. ‘2028 평양’이 아니라 ‘2028 부산’인 것이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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