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짝짓기를 해야 열매를 맞는다.
꿀벌과 같은 곤충은 1억5000만 년 동안 바로 그런 식물의 짝짓기를 돕는 배달부였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식물은 꽃 속의 단물(꽃꿀)을 뇌물로 써서 곤충을 유혹해왔다.
꾐에 빠져 정신없이 단물을 빨아먹는 곤충의 몸에 꽃가루 알갱이를 붙이려는 작전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곤충이 다른 꽃에 날아가 몸에 붙어있던 꽃가루를 새로운 꽃의 암술머리에 옮기면 식물의 짝짓기는 성공리에 끝난다.
수천종의 곤충 가운데 유독 꽃물을 좋아한 종이 있으니 바로 꿀벌이다. 벌 덕분에 사과와 배, 복숭아 등 과일과 아몬드·땅콩과 같은 견과류, 오이, 고추 등의 채소는 물론 커피까지 100여 가지의 작물이 결실을 맺는다. 식탁에 오르는 식물의 3분의2에 이른다.
그러니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려 “만약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온 것이다. ‘4년’은 다소 과장됐다지만 마냥 터무니없는 기우(杞憂)는 아닌 것 같다.
벌의 개체수가 전세계적으로 1980년대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니 말이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약 100만 군집(벌떼)가 사라진다는 보고가 나왔다.
지난 2007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서 폐사된 꿀벌을 분석하자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벌의 몸속은 마치 폭탄을 맞아 불에 탄듯 검게 변했다. 개체에 따라 날개기형 및 낭충봉아부패병, 그리고 검은 여왕벌 방 바이러스 등 다양한 병원균에 감염돼있었다.
문제는 아직 꿀벌의 ‘의문의 죽음’을 푸는 해답을 콕 집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살충제나 유전자 조작 작물 탓이라는 설도 나왔다. 휴대전화가 발산하는 전자파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은 벌이 제집을 찾지 못해 떼죽음 당한다는 설까지 등장했다.
지구온난화를 주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꿀벌이 급속도의 기후변화에 따라 북쪽으로 이주해야 하는데 벌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T.H 찬 스쿨사뮤엘 마이어 교수는 최근 영국 의학저널 란셋에 “꿀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곤충이 완전히 사라지면 한해에 14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과일·채소·견과류의 급감(16~23%)과 비타민A와 B의 결핍이 빚어낼 암울한 ‘꿀벌의 경고’인 것이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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