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파쿠라는 물고기는 사람의 이빨과 흡사한 구강구조 때문에 인치어(人齒魚)로도 일컬어진다.
그런데 이 물고기에게 ‘고환사냥꾼(Ball cutter)’이라는 악명높은 별명이 붙어있다. 실제 레드파쿠가 파푸아뉴기니에서 벌거벗고 목욕하던 남성 2명의 고환을 홀랑 따먹고 달아났다는 해외토픽이 화제를 뿌린 바 있다.
피라니아는 1978년(‘피라냐’)이후 다양한 버전으로 개봉된 영화에서 끔찍한 식인어로 연속 등장한다. 영화 속 피라니아들은 베트남전에 투입될 살인무기로 사육되다가 실수로 방류되거나, 혹은 200만 년 전 사라졌다가 물속 지진으로 깨어나 빅토리아 호수로 유입된다. 그런 피라니아들이 몇 초 안에 사람들을 먹어치워 ‘피의 잔치상’으로 물들이는 장면은 소름끼치는 공포감을 안긴다.
최근 강원도 횡성 저수지에서 누군가 방사한 것으로 보이는 레드파쿠와 피라니아가 발견됐다. 그러자 이틀에 걸쳐 저수지 물을 완전히 빼내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물론 두 물고기가 서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영상 10도 이상의 수온에서만 사는 열대어종이라 겨울을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변종이 출현할 지 어찌 알겠는가.
하기야 어찌어찌해서 국내로 들어와 토종 생태계를 교란시킨 외래종이 어디 한 둘인가. 큰입배스와 황소개구리는 1970년대 농가소득을 위한 식용으로 수입했다. 하지만 이젠 닥치는대로 토종어류와 치어를 잡아먹는 포악한 생태교란어종이라는 딱지만 붙어있다.
뉴트리아의 경우 1987년 불가리아에서 모피생산용으로 단 60마리가 들어왔다. 2001년 축산법상 가축으로 분류될 즈음엔 15만 마리까지 늘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모피 수요가 급감한데다 식용으로도 팔리지 않자 천덕꾸러기가 됐다.
무분별하게 방사된 뉴트리아에게 천적이 없었다. 이빨이 날카롭고 곡식과 채소를 마구 뜯어먹는 통에 ‘괴물쥐’의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인간이 일단 ‘박멸의 대상’이라는 딱지를 붙이면 그때부터는 무자비한 학살만 남는다.
심지어 뉴트리아 퇴치를 위해 항문을 봉합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배설을 못하는 스트레스로 굴 구석구석을 다니며 자기 새끼들을 없애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얼마나 엽기적인가. 아무리 따져봐도 인간을 능가할 생태계 교란 동물은 없는 것 같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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