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 일대의 땅을 사려면 지뢰 표지판이 붙은 땅을 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뢰는 사람들이 드나들기 쉬운, 목 좋은 곳에 매설하기 마련이기에 통일 후의 땅 가치가 그만큼 급상승한다는 것이다. 객적인 소리지만 그만큼 인명살상에 안성맞춤인 곳에 뿌려졌다는 이야기이다.
비무장지대 일원을 답사한 바 있는 필자가 미확인지뢰지대에 빠진 적이 있다. 문화재 발굴을 위해 10여 년 전에 개척된 코스를 밟다가 길을 잃었던 탓이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지뢰가 쓸려내려온다는 계곡의 수풀을 헤맸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지뢰는 흔히 ‘눈없는 초병’이라 한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의 살상무기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평화협정을 맺으면 끝나지만 ‘지뢰전’의 끝은 가늠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제1차 대전 때 매설한 지뢰도 아직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전세계에 깔린 지뢰는 1억1000만 발. 얼마전까지 해마다 1만여명이 지뢰 때문에 죽거나 다쳤다.
위험한 지뢰작업에 별의별 첨단기법이 동원된다. 극소량의 금속에도 반응하는 지층레이더나 이중센서, 지뢰제거 로봇까지 개발했다. 심지어 9만 발의 지뢰가 묻힌 발칸반도의 크로아티아에서는 단 것을 좋아하는 꿀벌을 이용한 지뢰제거법도 연구했다.
폭발물 입자가 든 항아리를 찾아온 꿀벌에게만 설탕액을 주는 훈련을 반복하자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즉 설탕약에 맛들인 꿀벌들이 나중에는 폭발물만 찾았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폭발물 냄새에 길들인 ‘주머니쥐’로 마리당 하루 9발의 지뢰를 찾아내기도 했다. 쥐의 몸무게(1.5㎏)가 지뢰폭발 압력(5㎏)보다 낮아서 폭발위험도 없었다. 박테리아를 유전적으로 조작해서 지뢰주변에 야광빛을 발할 수 있게 하거나, 음파를 쏘아 지뢰를 진동시키는 방법 등 고안됐다.
하지만 200만 발 가량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한반도에서 지뢰제거작업은 요원한 이야기다. 제거하는 데만 489년이나 걸리는 지뢰를, 그것도 남북이 대치하는 국면에서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대인지뢰를 사용하지 않지만 ‘오직 한반도에서만 대인지뢰를 허용하겠다’고 천명했다. 한·미 양국 뿐 아니라 북한과 중국 등도 대인지뢰의 생산·사용·비축·이동의 금지와 매설지뢰의 제거를 천명한 오타와 협약(1999년)에 가입하지 않았다.
휴전 이후 지뢰로 인한 군인 및 민간인 사상자가 3000~4000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전방지역을 수색 중인 군인 2명이 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었다. 침묵의 살인자에게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을 바쳐야 이 죽음의 행렬이 멈출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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