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

(165)
대통령 수명이 짧다고? 새빨간 거짓말 “잦은 흉년 때문에 노심초사하느라 수염이 하얗게 셌다.” 1699년 숙종 임금이 어의에게 업무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의 병을 얻었다고 토로했다. 정조는 1799년 “백성과 조정이 염려되어 밤마다 침상을 맴도느라 늙고 지쳐간다”고 괴로워했다. 당선직후인 2009년의 오바마 대통령(왼쪽)과 2015년 오바마 대통령. 주름과 흰머리가 확연히 드러나 보인다. 1425년 병세가 위중했던 세종은 만일의 흉사에 대비해 관까지 미리 짜놓고 명나라 사신단을 맞이했다. 죽음을 무릅쓴 외교였던 것이다. ‘만기친람’이라는 말도 임금이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만가지(萬機)라 해서 나온 것이다. 하버드 의대 아누팜 제나 교수팀은 “1722~2015년 사이 선거에서 승리한 17개국 지도자(대통령·총리) 279명과 낙선한 261명을 ..
마릴린 먼로와 플레이보이 앨프레드 킨제이의 , 즉 킨제이 보고서는 1948년 출간 두 달 만에 20만부 이상 팔렸다. 일리노이대 재학생이던 22살 청년 휴 헤프너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청도교적인 가정에서 자랐고, 여자친구와도 임신이 두려워 실제 성교를 번번이 포기해야 했던 ‘불타는 청춘’이 아니었던가. 그는 “킨제이는 성에 대해 우리가 위선자라는 것, 그것으로 많은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고 회고했다. 졸업후 고교 동창생과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았던 헤프너는 포르노 파티나 외도 같은 성적인 모험주의로 끓어오르는 열망을 풀었다. 그것만으로 허전함을 채울 수 없었다. 헤프너는 자신의 열정과 상상력을 표현할 매체를 창간하기로 결심한다. 주제는 ‘섹스’였다. 이름도 ‘스태그파티(stagparty·남자만을 위한 파티)’라 했다..
현대미술관장 마리, 과연 무엇을 검열했나 지난 3월16일 아침,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짐승과 주권(The Beast and the Sovereign)’ 특별전을 위해 설치 중이던 작품 하나를 본 것이었다. 오스트리아 작가 이네스 두약(57)의 ‘Not Dressed for Conquering(정복을 위한 옷벗음·사진)’이었다. 작품은 전 스페인 국왕인 후앙 카를로스 1세와 볼리비아의 여성노동운동가 도미틸라 충가라, 그리고 개 한마리가 뒤엉켜 성교하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카를로스 1세는 꽃을 토하고 있고, 나치 친위대(SS)의 헬밋들이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마리는 “이 작품을 전시에서 빼라”고 했지만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묵살했다. “관장이 이미 지난 2월 작품의 대여목록을 보고 서명하지 않..
창비 정신과 백낙청 1966년 1월15일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잡지가 창간됐다. 이름조차 생소한 (창비)이었다. 한자를 대폭 줄여 순 한글체를 표방하면서 당시로서는 보기드문 가로짜기 편집까지 도입했다. 파격의 잡지를 펴낸 이는 28살의 서울대 전임강사 백낙청이었다. 편집실은 백낙청의 집이었고, 2000부를 찍어낸 제작비는 9만원이었다. 당시 사립대 등록금이 3만원 정도였으니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다. 백낙청은 창간사 대신 권두논문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를 실었다. 그는 ‘서구처럼 중산층이 발달한 적이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순수문학을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며, 한국의 순수주의는 권위주의와 비생산성, 족벌주의, 관권 등 조선 양반계급의 세계에서 비롯된 것’이라 꼬집었다. 순수문학의 허위와 추상을 비판하고 현실참여를 ..
'에이브(abe)와 아베(abe), 오바마의 칠면조 사면 칠면조가 매일 아침 먹이를 주는 주인을 기다리게 됐다. ‘이 시간만 되면 곧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하고 귀납적 추리의 결론을 낸 것이다. 칠면조는 어느 날 아침 9시가 되자 주인을 목빠지게 기다렸다. 그러나 주인은 애타게 기다리던 칠면조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추수감사절의 전날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이 일반화의 오류를 표현하면서 예를 든 ‘러셀의 칠면조’이다. 1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무사했으니 오늘도 괜찮겠지 하는 귀납 추론이 세월호 침몰이나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사고를 낳는 것이다. 러셀은 거창한 철학의 문제를 설명하면서 칠면조를 예로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새의 박복한 운명을 웅변했다고 할 수 있다. 칠면조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야생으로 수천마리씩 떼지어 살고 있었다. 그..
대도무문의 참뜻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징어는 뭐니뭐니 해도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1979년 5월 신민당 총재직에 복귀한 김 전 대통령은 “대도무문, 정직하게 나가면 문이 열린다”고 밝혔다. “신의와 지조를 가진 사람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혹독했던 독재정권 시절 선명 야당의 기치를 걸고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 김 전 대통령은 당시엔 나름 ‘대도무문’의 길을 걸었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그러나 1990년의 ‘3당 합당’을 야합으로 규정한 야권으로부터 ‘대권무문(大權無門)’이라는 욕을 먹기도 했다. 1993년 방한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앞에서 대도무문 휘호를 써보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 또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도무문’ 글자를 새긴 시계가 대량 제작됐을 때는 ‘대도무문(大盜無門)’이라고..
'책벌레' 나폴레옹과 독서전쟁 나폴레옹은 전쟁터에 나설 때 대포와 함께 ‘책마차’를 끌었다. 이집트 원정 때는 책 1000권과 수백명의 사서, 그리고 고고학자들까지 망라한 원정대를 꾸렸다. 나폴레옹의 사서(司書)는 신간을 늘 준비하고 있다가 명을 받으면 곧바로 대령했다. 외딴 섬인 세인트헬레나 유배 당시 나폴레옹의 재산목록에는 8000여 권의 장서가 들어있었다. 죽은 뒤 유배지 서재엔 2700권이 꽂혀있었다. 나폴레옹 뿐 아니라 그 휘하 병사들의 배낭 속에도 와 같은 책이 들어있었다. 그 때문인지 철학자 헤겔은 독일을 침공한 나폴레옹을 바라보며 ‘저기 백마 탄 세계정신이 지나가고 있다’고 감탄했다. 나폴레옹과 같은 독서광들은 책벌레(종이벌레·두魚子)니,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看書癡)니, 책을 지나치게 탐한다는 서음(書淫)이니 하는 ..
3개의 허파를 가진 사나이 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30분 뉴질랜드 출신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인 텐징 노르가이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함께 발을 내디뎠다. 첫 발의 주인공이 누구냐를 두고 참새들의 입방아가 계속됐다. 30분 전에 도착한 텐징이 숨을 헐떡이며 따라온 힐러리에게 양보했다느니, 힐러리가 ‘당신네 땅이니 당신(텐징)이 먼저 밟으라’고 했다느니 쉼없는 논쟁이 벌어졌다. 15분 간 정상에 머물며 찍은 사진에 텐징만 등장한다는게 흥미롭다. 힐러리만 카메라 작동법을 알았기 때문이란다. 에베레스트 첫등정에 성공한 힐러리, 텐징 콤비 어쨌든 두 사람은 ‘그런 쓸데없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둘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에 함께 오른 마당에 이 무슨 부질없는 논쟁인가. 아무튼 등반전문가인 셰르파(텐..